이대형 _큐레이터, 갤러리 아트사이드, 2003

작가 한원석은 외친다. “나는 범죄자이다. 지난 10년간 하루네 20개씩 73000개를 버려왔다. 나는 회개 자이다. 지난 한 달간 하루에 2430개를 주워왔다.” 그럼 무엇이 그를 범죄자로 만들었고, 무엇이 그를 회개 자로 만드는가? 그의 행적을 설명해주는 10년간의 숫자 속에서 단서를 찾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아무래도 그의 작품 앞에 서서 “회개자” 한원석을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다.

 

한원석은 인간을 한 갓 담배꽁초에 비유하며 스스로 가치를 산화시키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녀 낸다. 빨간 불똥으로 자신의 몸을 태워 연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담배꽁초. 인간 에게 단 5분간의 쾌락을 주기 위해 자신을 산화하고 있는 모습에서 숭고함을 느낄 틈도 없이 이내 바닥에 던져지고 구겨지고 짓밟힌다. 수많은 종류의 담배꽁초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쓰여지면 버려지고 잊혀지는 인스턴트 운명이다. 오늘도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수 십, 수천 만 명의 사람들. 한 쪽에선 빨간 불똥처럼 화려하게 현대소비문화의 쾌락을 쫓고 있지만 그들 역시 담배 꽁초와 같이 잊혀지고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산화되어버린 말초 신경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환경의 소중함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번 전시에서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하여 그들이 스스로 각성하길 촉구한다.

 

그래서 한원석은 쾌락과 역겨움의 칼날 위를 아슬아슬하게 항해한다.  꽃 향기 대신 매캐한 담배냄새가 화려한 꽃 잎과 짝을 이루고 있으며 작품 뒷면은 타다만 담배의 시커먼 모습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작가는 소비문화의 달콤함 뒤에 숨어 있는 독성(poison)을 화려 한 꽃잎 이면에 위치한 반성의 공간 속에서 자각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평생 50년 동 안 담배를 피운다면 높이 2미터 길이 10미터 짜리 담배꽁초 장벽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인간이 만들어 내고 있는 쓰레기는 얼마이며 스스로의 가치를 한 갓 담배꽁초로 전락 시키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가? 화려한 꽃 이미지 너머로 보이는 역한 담배꽁초의 모습 과 냄새 속에 가해자 이자 피해자인 인간의 고통스런 몸부림이 투영된다.

 

 여기에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그의 작품이 지극히 참여적이라는 점 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섬 하나를 보자 기로 싸버리고 있는 크리스토의 작품.  분명히 크다.  그러나 물리적 사이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보다 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0만 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세상에서 가 장 큰 그림”을 한원석 선생의 담배꽁초 작업 속에서 발견해 보자.  그의 작업이 주목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담배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전세계에 걸쳐 10만 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접 피워서 제공한 “담배꽁초”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배”가 아닌 “담배꽁초”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체취를 담아내기 위한 전략이다.  전시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은 자 신이 만들어낸 거대한 담배꽁치더미를 바라보며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된다. 10만 명이 참 여한 작품. 이보다 더 큰 작품이 또 있을까?

 

 

악의 꽃

Flower of Evil

’ 악의 꽃, 그 두가지 얼굴'

Han_Wonsuk